최근 미국 경기가 요동치면서 헤지펀드도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서브프라임 대출로 큰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 두 개를 청산하다가 결국 회사 자체가 붕괴했다. 칼라일 캐피털 펠로턴 세일피시의 펀드들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존 메리웨더의 차입채권펀드 역시 올해 들어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메리웨더가 먼저 운영했던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가 1998년 무참히 무너진 뒤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처럼 헤지펀드가 몰락하는 한편에서는 새로운 바람도 분다.
2006년 60억 달러 손실을 낸 채 문을 닫은 아마란스 어드바이저의 전 최고경영자와 거물 트레이더는 요즘 새 펀드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중이다.
이쯤에서 의구심이 든다. 왜 투자자들은 헤지펀드에 계속 돈을 맡길까? 한마디로 아직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야말로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큰 손해 없이 안타 이상을 쳐낼 수 있으며 일반적인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대안적 접근을 제시한다고 믿는 것이다.
헤지펀드의 인기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펀드평가사 리퍼는 지난해 말 약 9500개 헤지펀드가 대략 1조79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번에 배론스가 순위를 매긴 상위 75개 우량 헤지펀드를 보면 적어도 일부는 별 탈 없이 투자자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들 중 9개는 지난 3년간 수수료를 공제하고도 40% 이상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헤지펀드는 시장에서 아직 매력 있는 상품"이라고 리퍼의 상임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페렝크 샌더슨은 말했다.
"지난해 성적이 실망스럽긴 했지만 헤지펀드는 위험 대 수익 평가에서 일반 주식 기준을 뛰어넘었다."
실제로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10.2%로 S&P500지수의 5.5%나 미국 리먼 채권지수 7%보다 높았다.
이번 헤지펀드 순위 통계는 우선 지난 3년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펀드들에 주목했다.
하지만 단일 분야나 국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들은 제외했다.
시장 상황에 기대 우연한 성과를 거둔 펀드보다 예리한 투자감각이 발휘된 사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최소 운용 규모를 3억 달러로 정해 펀드의 안정성을 심사했다.
헤지펀드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바클레이헤지와 카잠시즘이 수천 개 기업 중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에 동참했다. 시장 전문가며 객원기자인 에릭 얼펠더가 수치를 확인하고 추가 취재를 맡았다.
이번 신용경색 대란 와중에도 서브프라임 자산을 열심히 공매도한 패스포트 II 글로벌 베일스트라 캐피털 파트너스 하빈저 캐피털 파트너스 플래그십 화이트박스 헤지드 하이일드 같은 펀드들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또 에베레스트 캐피털 이머징 마켓처럼 신흥시장이나 원자재에 주목했거나 특정 주식이나 시장의 매도 전략을 구사한 펀드들도 좋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아직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일례로 지난 1월은 많은 펀드에 지난해 여름 이후 다시 찾아온 악몽 같은 한 달이었다. 이번에 상위에 랭크된 키네틱스 파트너스와 다이내믹 파워 헤지도 2008년 첫 달에 14% 이상의 손실을 봤다.
헤지펀드 유입자금 역시 2007년 4분기부터 퇴조 기미가 뚜렷하다. 3분기보다 130억 달러가 줄어든 260억 달러에 그쳤다. 많은 펀드가 서둘러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인 듯하다.
채권 시장에서도 디레버리징(자산 회수를 통해 부채를 줄이는 것) 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다.
이는 헤지펀드가 차익거래를 실현할 만한 M&A가 줄었고 생명줄과 같은 은행 대출조건이 훨씬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레버리지 전략으로 저위험 고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주요 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위험을 분산하면서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 중이다.
예컨대 520억 달러 규모의 온타리오 시 직원퇴직연금기구(OMERS.오머스)는 1990년대 초까지 총 자산의 90%를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8%를 대체투자자산에 할당했지만 이제는 그 비율을 2010년까지 50 대 50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오머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고정자산을 사들인다.
"우리의 장기 채무를 충당하기에 주식시장은 너무 변동성이 심하다"고 오머스의 마이클 노브레가 회장은 말한다. 물론 그도 주식시장의 변덕에서 자유로운 자본시장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금융자산은 유동성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경기가 하락해도 오를 것이란 희망 때문에 '지금 이 가격에는 못 나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새 많은 연금 펀드가 우리처럼 금융자산을 줄이고 고정자산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떤 경우든 문제의 핵심은 투자 성과로 귀결되지만 말이다.


